모든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엑셀 파일 몇 번만 나눠 봐도 안다. 내게 중요한 컬럼과 네게 중요한 컬럼이 다르고 네가 보고 싶은 값과 내가 보고 싶은 값이 다르다. 탓할 수는 없다. 분석은 분석 목적에 따라 그 형태를 달리 한다. 한 데이터로 뽑아낼 수 있는 분석은 천차만별이다. 내게 완벽한 데이터가 네게 망한 데이터가 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전달할 사람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사가 아니라면 네 안의 양식을 맞춰 줄 수는 없다. 결국 우리 모두는 한 길 사람 속을 못 읽은 죄로 전체 데이터 분석의 7~8할에 걸치는 시간을 데이터 전처리 과정에 소모하고 있단다.

도대체, 전달하기에 완벽한 데이터란 어떤 데이터일까. 데이터 A와 데이터 B 중 모두에게 조금 더 나은 데이터가 있고 데이터 C와 데이터 D 중에도 역시 모두에게 조금 더 나은 데이터가 있고 이런 과정을 반복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 최상급에 한없이 가까운 데이터에 닿을 텐데, 그 데이터는 어떤 형태를 하고 있냔 것이다. 

이런 의문에 답을 줄 수 있는 개념이 Jeff Leek이 만든 Tidy data다. 위키백과에 기재된 Tidy data의 정의는 이렇다. "밑바닥부터 시작할 필요 없는 데이터". 어떤 분석에도 가공되기 용이한 표준화된 양식을 가져다 둔다면 너 나 우리의 퇴근 시간은 조금 더 앞당겨지지 않겠냐는 거다. 이런 앞당겨짐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언젠가 정시퇴근도 가능해지겠지.

Tidy data의 특징

Jeff Leek의 The Elements of Data Analytic Style에 따르자면 Tidy data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각 변수는 개별의 열(column)으로 존재한다.
   각 관측치는 행(row)를 구성한다.
   각 표는 단 하나의 관측기준에 의해서 조직된 데이터를 저장한다.
   만약 여러개의 표가 존재한다면, 적어도 하나이상의 열(column)이 공유되어야 한다.

      변수(Variable): 예를 들면 키, 몸무게, 성별
      값(Value): 예를 들자면 152 cm, 80 kg, 여성
      관측치(Observation): 값을 측정한 단위, 여기서는 각각의 사람

Tidy data의 예시

표 A (=Wide Format)

표 B(=Long Format)

글로 쓰니 조금 어렵다. 직관적으로 예시를 들어 보자. 위 데이터 중 표 A는 Untidy data이고 표 B는 Tidy data이다. 차이점이 보일 것이다. 왼쪽은 '국어, 수학, 영어'라는 '과목'이 각각 따로 분리돼 노출됨으로써 각 변수가 개별의 열로 존재한다는 Tidy data의 조건을 만족하지 못 했다. 반대로 표 B는 기준을 만족한 Tidy data다.

조금 의아할 수 있다. 과목별 점수는 중요한 분석 지점이고 표 A 역시 표 B와 다른 관점에서 충분히 시사점이 있어 보여서다. 맞다. Untidy data 역시 나쁘다고 말할 순 없다. Tidy data 대비 분석에는 오히려 용이하다. 이런 관점에서 Untidy와 Tidy data를 각각 Wide, Long format으로 부른다. 절대적으로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Tidy data의 경우 데이터 시각화, 가공, 저장 등 컴퓨터가 처리하는 업무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로우 데이터의 표준화된 포맷으로 삼기에는 더없이 좋은 형식이다. 

탐색적 데이터 분석(Expolratory Data Analysis) 도구로의 Tidy data

John Tukey 교수는 "'잘못된 질문'에 대한 '확실한 답'은 결론이 확실할 수 있으나, 때론 '정확한 질문'에 대한 '대략적인 답'이 더 낫다고 했다. 그가 구축한 탐색적 데이터 분석(Expolratory Data Analysis) 이론은 이처럼 데이터셋 자체를 샅샅이 뜯어 보고 각 데이터 사이의 문맥을 더듬어 가면서 변수 간의 관계를 찾아가는 분석 방식이다. 그래서 이 이론에서는 유연한 데이터 시각화/ 가공이 가능한 형태로 전처리하는 것이 어떤 단계보다 우선된다.

다른 건 몰라도, 이런 분석 툴들의 도구로써 Tidy data는 더없이 완벽하겠다. 데이터가 점점 더 커지고 그만큼이나 관계가 옅어지고 있는 바다 한복판 같은 데이터 세계에서 Tidy data와 EDA는 우리의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출처

김태윤님 github

Hardly wickham 논문

어떻게(HOW)말고 왜(WHY)가 궁금해졌다

오늘로 브랜드사 AMD 혹은 MD로 입사 한 달 차쯤 된 당신. 이쯤 되면 마켓 받아 상품 등록 등 실무를 하고 있을 거다. 웬만큼 자리 잡은 브랜드라면 이 마켓이든 저 마켓이든 일단 입점, 상품 등록 다 해놓고 있을 거고 이럴 경우 상품 등록은 사방넷, 플레이오토 등 솔루션 프로그램으로 등록하고 있을 거다. 근데 상품 등록하기 전에 당신 사수가 경고한 말이 있다. 대충 이런 말이겠지. "아, 지금까진 다 좋은데요. G사, S사, H사 포함해서 여튼 저희 마켓 시트에 홈쇼핑으로 기입되어 있는 것들이요. 거기는 옵션 차액 있는 묶음상품이나 기획전 코드 등록하면 절대 절대 절대 안 돼요. 옵션 차액 적용 안 되니까."

기억력 좋은 당신. 당신은 사수의 절대 절대 절대에 대해 기억하고 있었다. 수십 개의 마켓에 상품을 등록하면서, 당신은 홈쇼핑 마켓에는 묶음상품과 모음전 코드를 빼고 등록했다. 그런데, 의문은 남는다. 어떻게 하는지는(HOW) 알겠는데, 왜(WHY) 홈쇼핑 쇼핑몰에는 옵션 차액이 안 될까? 그리고 왜 지원을 못 할까? (WHY NOT YET) 매출 데이터를 뽑아 보면 항상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는 게 이런 묶음상품/ 기획전/ 딜 코드들인데.

당신도 물론 비슷하게 노출시키는 방법은 있음을 배웠다. 자체 전산을 이용해 MD 승인 절차를 통해 몇 가지 상품 코드를 기획전 코드로 묶는 방식이다. 다만, 이런 것들의 구동 방식은 소셜스토어 등에서 사용되는 딜(모음전) 노출과는 좀 다르다. 여러가지의 단품 코드가 한 가지의 기획전 코드에 묶여 있는 형식이어서 정확히는 단품 제품의 상세페이지로 이어지는 형식인 거다. 그래서 프로모션 페이지를 활용할 때에도 다른 양식으로 작업을 진행해야 하고 고객이 통과하는 퍼널이 귀찮게 늘어나서 당신이 봐도 사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실제로 데이터에서 보이듯 이런 식의 기획전 코드에서는 (타 마켓에 비해) 매출도 덜 나온다. 그래서 여전히 의문은 해소가 안 된다. 

이번 글에서 나는 당신의 WHY와 WHY NOT YET을 해소하기 위해 먼저 상품 레벨 구조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상품 레벨 구조?

상품 레벨 구조라는 말을 들으면 당신은 잠시 생각하다가 카테고린가? 할 것이다. 먼저 짚고 넘어가자면 내가 지금부터 설명할 개념은 카테고리와는 조금 다르다. 물론 카테고리 역시 상품 도메인을 이루는 요소지만 상품을 구분하는 구조가 카테고리 뿐이라고 한다면 설명이 안 되는 개념이 몇 가지 생긴다. 동일한 카테고리에서도 성격이 다른 제품이 몇 개 있다. 딜(기획전) 코드와 묶음 상품 코드다. 

상품 등록할 때를 떠올려 보자. 기본적으로 우리는 단품 단위로 상품을 업로드한다. 하지만 패션이나 가구 등 카테고리에서 여러 색상이나 사이즈를 보유하고 있는 모델이 있다면 묶음코드로도 업로드한다. 또, 내부 기획에 의해 기획전이나 딜을 하게 된다면 내부 프로모션 페이지 작업 후 딜코드를 또 따로 업로드해 올린다. 이렇게 같은 상품이더라도 마켓 운영 방식에 따라 여러 개의 코드로 분리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을 거다.

좋다. 일단 상품은 잘 올라갔다. 근데, 팔다 보면 또 문제가 생긴다. 단품은 상관 없는데, 딜(모음전) 상품과 묶음상품이 팔려도 재고 차감이 안 되는 거다. 실질적으로 우리 솔루션 시스템이 A상품으로 인식하는 것은 단품 A상품뿐이기 때문이다. 일일이 맞춰 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하니 귀찮다. 딜(모음전)에 속한 A상품과 묶음상품에 속한 A상품도 A상품이 맞다는 걸 솔루션 시스템이 알아주면 참 좋겠다. 그럴 방법은 없을까?

기획전 못 잃겠는데, 재고 연동도 하고 싶다

이를 위해 이 상품이 어떤 종류의 어떤 특징을 가진 상품인지를 알려주는 카테고리 외에 이 상품이 방금 출고된 그 상품인지를 알려 주는 최소한의 상품 단위, SKU(Stock Keeping Unit)와 이 SKU를 연결해 줄 상품 레벨 구조가 필요하다.

상품 레벨 구조는 위에서 본 구조대로 딜 => 상품 => 옵션이다. 떠올려 보라. 수백 개의 어떤 커다란 딜을 보더라도 동일하게 구조화된다. 직접 쇼핑몰을 열고 구조 잡아봐도 된다. 프로모션 이벤트 상세페이지와 썸네일, 소구 문구가 담긴 딜. 실제로 거기 들어간 수많은 옵션으로 이루어진 상품들. 그러면 이런 상품 레벨 구조에 SKU를 붙여볼 수도 있다.

당신의 주력 상품 라인인 맥거 티셔츠(가칭)를 보자. 이 맥거 티셔츠는 퀄리티 대비 가성비가 좋아서 어느 마켓에서나 잘 팔리는 효자 상품이다. 이 상품은 L, M, S 세 개의 사이즈와 화이트, 블랙, 그레이 세 색상이 있다. 그럼 자체 재고관리 프로그램 내에서 운용하고 있는 총 SKU를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을 거다.

그리고 별도로 솔루션 프로그램을 통해 몇십 개의 코드를 운영해 쇼핑몰에 등록되고 있다. 개중에는 모음전과 묶음 코드가 3개 정도 있다. 아래와 같이.

 이 상품코드 중 맥거 티셔츠가 삽입된 전체 옵션을 취합하면 다음과 같다.

각 상품코드의 옵션을 보면 알겠지만, 전부 우리가 가지고 있는 SKU 안에 포함되는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SKU들을 통해 상품코드의 구성이 어떻게 돼 있는지 알려줄 수 있다면(Mapping, 매핑) 어떤 상품코드의 어떤 옵션코드에서 판매가 발생하든간에 무리없이 재고차감 할 수 있을 거다. 이렇게.

플랫폼에도 재고 관리가 필요할까

똑똑한 당신이라면 이제 알았을 것이다. 상품 전시와 상품 출고(배송)를 모두 수행해야 하는 브랜드에서는 내부적으로 상품 레벨 구조와 SKU 구조를 모두 갖춰 둬야 한다. 근데 이건 브랜드에만 해당하는 내용 같다. 처음 우리가 의문을 가졌던 "홈쇼핑 몰은 왜 옵션 차액 설정이 안 되는가."에서 <홈쇼핑 몰>은 브랜드가 아니라 커머스다. 굳이 브랜드의 재고관리를 위해 두 가지의 상세한 골조를 시간과 돈을 들여 쌓아 올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십 년, 이십 년쯤 전이라면 이 말이 맞다. 커머스가 단순히 전시를 통해 판매자 고객과 구매자 고객을 연결함으로써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에 그쳤다면 말이다. 요새는 조금 상황이 달라졌다. 각 커머스 플랫폼들은 전시에서의 고도화를 다 이루고 사입/ PB 상품 생산 등으로 단순 중개를 벗어나 브랜드의 영역에도 한 발자국 들어섰으며 물류센터와 고객센터를 세우거나 기존 사업의 인프라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물류 전반을 케어하는 풀필먼트 영역에도 집중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미 자사 전산에 ASIN(Amazon Standard Identification Number)라는 SKU와 같은 재고 관리 단위의 표준 코드를 도입하고 있다. 쿠팡 역시 로켓배송, 제트배송에서 SKU번호를 별도 도입함으로써 재고를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판매자와 구매자, 나아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타겟의 범주가 허물어져가는 지금에서는 브랜드 뿐 아니라 커머스에서도 마찬가지로 재고 관리 및 물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서, 왜 홈쇼핑 몰에서는 옵션 차액 설정이 안 될까

쇼핑몰에 대한 개념에서 배울 때, 지겹도록 나오는 말이 있다. 오픈마켓, 소셜스토어, 종합몰이라는 마켓 분류 개념이다. 물론 지금은 각 쇼핑몰이 고도화되면서 전체 마켓이 전부 <오픈마켓화> 되고 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이들의 구분은 확실했다. 결국 이 구분은 쇼핑몰의 태생을 알려주는 구분이 된 셈이다.

이를 좀 더 명확한 기준으로 나누자면 <유통 출신>, <전시 출신>이겠고 <오프라인 출신>, <온라인 출신> 되시겠다. 이제 감이 좀 잡힐 것이다. 이 중에서 소셜스토어라고 불리는 위메프, 티몬, 쿠팡 등은 온라인 출신인 데다 초반에 배송이 필요 없는 상품권이나 숙박권, 티켓 등을 팔면서 성장했다. 오픈마켓으로 불리는 옥션, 지마켓, 11번가 등도 마찬가지로 온라인 출신이다. 커머스가 고도화되지 않은 초기에 이들은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는 중개 비즈니스로 성장했다. 이들은 상품코드만 있으면 족했고 SKU는 필요 없었다. 배송을 보낼 일이 없으니까. 

하지만 <유통 출신>들, 신세계, 롯데온과 같은 백화점 인프라를 기반으로 구축된 커머스나 홈앤쇼핑, GS몰, SK스토아 등 홈쇼핑 인프라를 기반으로 구축된 커머스에서는 전체 시스템이 SKU 기반이었다. 상품 관리 시스템이 SKU 기반이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전체 시스템이 재고관리가 용이한 단품 구조로 되어 있을 거다. 또, 하나의 상품코드가 한 개 이상의 가격을 가질 수 없다. 차액 설정이 안 된단 뜻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몇몇 커머스는 이 문제를 풀었지만 몇몇의 다른 커머스들은 아직도 이 문제를 푸는 중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겠다. 아직도 옵션 차액이 적용되지 않는 커머스가 있다면 아직 유통 출신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 해서 내부적으로 여전히 문제를 풀어가는 커머스일 거다, 라고.

배경

여기 죽음을 앞둔 어느 그룹 회장과 다섯 명의 자식이 있다. 그리고 당신은 이 회장의 다섯 번째 자식이다. 또한 이 자리는 회장이 가진 1조 2천억 달러의 자산을 분배하는 유언장을 작성하는 자리다. 이 엄청난 돈에 대해 모든 자식들은 균등 분배를 원하지만 회장의 의사는 확고하다. 자신을 뒤이을 한 명에게만 유산을 전부 물려주겠다는 것이다. "유산 상속 게임"이라는 형식으로. 

사실 현행법상으로, 회장의 바람은 이뤄지기 어렵다. 유언장의 효력이 미치는 것은 전체 재산의 절반 뿐이고 나머지 절반은 법적으로 분배되도록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와 B라는 두 명의 자식이 있는 사람이 죽으며 A에게 전액을 상속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쓴다고 해도, B 역시 법에 귀속된 자신의 몫, 즉 1/4에 대해 청구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회장은 모든 자식들과 합의 후 전체 과정이 법에 의해 보호되는 이같은 자리를 만들었다. 이 자리에서 나온 모든 행위들은 전체 인원의 합의 아래 이행될 것이고 분배된 칩이 다시 가방에 담겨 금고에 들어가고 나면 회장조차도 내용을 번복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각설하고, 이 게임의 룰은 이렇다.

게임의 룰

하나당 10억 달러를 값어치를 가진 칩 1,200개를 만들고, 이를 법적으로 상속받을 권리가 있는 600개(일명 법적 효력 칩)와 회장의 전권이 있는 칩(일명 회장 전권 칩) 600개로 나눈다. 

이 중 '법적 효력 칩' 600개를 자신의 몫인 120개씩 나눈 후 자신이 나누고 싶은 분배안에 따라 분배한다. 모든 분배가 완료됐을 때 가장 많은 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우승한다. 단, 120개의 칩을 가진 사람이 나오면 게임은 즉시 종료되며 아직 나누지 못 한 칩은 우승자(120개 이상의 칩을 달성한 사람)의 것으로 산입된다. 

분배안 제시 순서는 다섯 명이 조율을 통해 결정한다. 위와 같이 먼저 분배안을 제시할 수록 120개의 칩을 달성할 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각 순번마다의 통과조건은 상이하게 설정한다.

보여지듯이, 순번이 높을 수록 내 몫의 돈을 빠르게 분배할 수 있지만 모두가 만족할 답을 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반대로, 순번이 낮을 수록 앞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단 위험을 담보하는 대신 협의해야 할 이해당사자가 줄어든다.

위는 통과되는 조건에 대해서만 작성돼 있는데 부결된 사람 몫은 어디로 가냐고? 부결된 사람의 몫은 상금에 합산된다. 순번 1의 안건이 부결되었다고 치면:

순번 1이 가진 전체 칩, 120개가 전부 날아가 '회장 전권 칩'이 될 뿐만 아니라 유산을 한 푼도 못 받는다. 만약 다른 방식대로 세 번째 순번인 다섯째가 세 턴만에 120개의 칩을 갖게 된다면?

4~5순번의 예비 칩이 '회장 전권 칩'에 산입되기 때문에 우승자인 다섯째는 본인이 가진 120개+ 회장 전권 칩 840개를 합쳐 총 960개의 칩, 9,600억 달러의 유산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면 공동 우승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다. 만약 다섯 명이 배신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전부 120개의 칩을 달성하도록 각 인원당 24개씩 동일하게 5회 분배하고 전부 120개로 동일하게 마무리된다면?

그러면 오히려 예쁘게 그래프가 그려질 것이다. 모두 동일한 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회장 전권 칩 역시 동일하게 분배될테니까. 모두 240개의 칩, 2,400억 달러씩 나눠 가지게 될 것이고 아무도 손해 보는 사람이 없다. 물론 믿었다 배신당하면 아무 것도 남지 않겠지만.

이런 룰을 텍스트로 다시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정리

이 게임에서 가장 큰 칩을 벌어들이며 반드시 이길 필승법이 있을까?

*이 포스트는 마사토끼님 단편소설인 상속 게임에 근거해 작성됐다. 상세한 논거는 여기서 적지 않는다. 원 포스트를 구매해 톱니바퀴의 간극을 맞춰 보기를 권장한다.

필승법

RFM은 행동 패턴을 통해 사용자를 분류하는 몇 가지 툴 중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이름은 이 분석의 지표가 되는 Recency(최근성), Frequency(구매 빈도)*그러고 보니 아직 커피를 안 마셨는데, Monetary(구매 금액) 세 개의 앞 글자를 따서 부르는 이름이다.

   이 툴, 데이터리안에서 처음 포스트를 읽었을 때 꽤 짜릿했다. 너무 직관적이고, 관점의 손실 없이 데이터가 아우러져서다. 지표 외에는 고정된 부분이 없으니 기준을 바꿔서 확장성 있게 제공할 수도 있어 보였다. 해당 툴은 커머스 업계에서 구매 가능성이 있는 사용자를 추출해 내고 이를 통한 CRM 마케팅 최적화에 주로 쓰인다고 한다. 그럼 확장성 측면에서 의문이 하나 둘 떠오른다. 그 의문들은 아래와 같다.

   1) RFM이 뉴닉, 롱블랙, 아웃스탠딩 등의 콘텐츠 기반 플랫폼에서 사용될 수는 없을까?

   2) 기준을 재정의해 도입한다면 <구매>를 어떤 이벤트 혹은 지표로 잡아야 할까?

   3) RFM을 도입한다면 해당 데이터를 통해 핵심 지표를 개선 가능한 액션 아이템을 도출할 수 있을까?

   밑으로는 해당 의문에 대해 나름의 답을 내 보면서 글을 이어나가 보도록 한다.

1) RFM이 뉴닉, 롱블랙, 아웃스탠딩 등의 콘텐츠 기반 플랫폼에서 사용될 수는 없을까?

   RFM은 주로 커머스 기반 플랫폼에서 구매 가능성이 있는 우량 사용자 집단을 추출해내기 위해서 사용된다고 한다. 그럼 이 툴을 뉴닉, 롱블랙, 아웃스탠딩 등의 콘텐츠 기반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는 없을까? 일단 핵심 액션을 <뉴스레터 읽음>으로 정의하면 Recency는 뉴스레터 열람 여부겠고, Frequency는 뉴스레터 열람 수량 혹은 빈도, Monetary는 뉴스레터 완독률 정도로 치환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경우에 따라 조금 어렵겠다 싶었다. Recency는 쉽게 측정이 가능하고 Frequency도 뉴스레터를 오픈한 수량 혹은 빈도 정도로만 따지면 역시 가능하겠지만 그 다음 Monetary가 문제인 것이다. 뉴스레터 완독률을 잡는다고 하면 스크롤을 어디까지 내렸는지를 따야 하는데 이는 GA 같은 툴로 스크롤 액션 잡아야 가능한 부분이라서 웹, 앱 등으로 링크를 걸어 데려오는 경우에만 가능하고 이메일 내부에 전문을 기재한 뉴스레터 같은 경우에는 어려울 것 같았다. 다만 다행히도 내가 구독하는 열 몇 개의 뉴스레터를 보니 (내가 인지하진 못 했지만) 대다수가 이메일에서 전문을 공개하는 게 아니라 일부만 공개 후 자체 웹이나 앱으로 연동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어 도입이 가능해 보였다. *스티비의 웨비나 뉴스레터를 보면 측정 지표를 오픈율과 클릭율로 나누고 있는데, 오픈율의 경우 이메일에서 클릭하는 거고 클릭율은 본문 내부의 더보기나 링크를 눌러서 전환하는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오픈> 클릭> 전환으로 이어지는 구조고 완독률은 측정이 안 되는 걸 알 수 있다.

2) 기준을 재정의해 도입한다면 <구매>를 어떤 이벤트 혹은 지표로 잡아야 할까?

   이제 콘텐츠 플랫폼에서 RFM 분석이 가능한 정도의 데이터를 전반적으로 수집하고 있음을 읽었다. 다음 스텝은 커머스에 <구매>라고 정의되었던 지표를 콘텐츠 비즈니스식으로 재정의할 차례다. 앞서서는 해당 지표들을 각각 Recency는 (이메일) 뉴스레터 열람 여부겠고, Frequency는 (이메일) 뉴스레터 열람 수량 혹은 빈도, Monetary는 (이메일) 뉴스레터 완독률로 정의했었는데, 실제로 살펴보니 보내주는 이메일로만 운영하는 뉴스레터는 거의 없었고, 자체 웹이나 앱을 갖추고 있었다. 이러면 각 지표를 각각 다시 정의내릴 수 있다. 유입 위치에 따라 (이메일), (웹/ 앱)에 따라 두 개로. 

   그럼 고민이 생긴다. 도입할 콘텐츠 플랫폼의 기준을 <뉴스레터 전문을 이메일에 담지 않고 자체 웹/ 앱으로 유입시켜 자체 데이터를 충분히 보유한 업체>로 잡더라도 유입 위치에 따라 두 가지 데이터를 보유하게 되는데, 두 데이터의 <느낌> 이 다를 때 어떤 일관성으로 잣대를 세워서 둘 모두 포괄하는 데이터를 만들 수 있을까? 이를 테면 이메일을 읽어서 제목과 초반 부분까지는 인지했지만 자체 사이트로 전환이 되지 않은 경우 Recency/ Frequency에 각각 해당이 되는 걸까? 이메일을 안 보고 바로 웹/ 앱에 접속한 경우는? 메인 페이지만 접속한 후 글을 읽지도 않고 바로 이탈했다면? 애초에 이메일만 받기 하고 회원가입은 안 했거나 회원가입만 하고 이메일 받기는 안 했다면? (내가 후자에 속한다. 이메일 안 받고 자체 웹에서 뉴스레터만 즐겨찾기 해 놓고 읽는 편이라.) 만일 두 유입 경로를 합쳐서 본다면 중복 지표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해결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에 우선 단일한 기준이 갖춰져야 할 것 같다. Recency와 Frequency를 관리하려면 일단 통일된 고객 정보가 이메일이나 웹/ 앱 중 하나의 공간에 있어야 할 테니까. 물론 두 개의 고객 정보값을 합친 후 중복을 제거해도 되겠지만 일단 이메일을 기본키로 본다고 가정했을 때 이메일로 쓰는 아이디와 회원가입으로 쓰는 아이디가 다르다면 중복이 잡힐 수도 있으며 전화번호의 경우에도 비슷한 답이 나오겠다. (내 동생이 좋은 옌데, 폰 번호가 두 개다.) 취합할 때마다 전처리 해주는 것도 일이다.

   명확하게, 둘 중 하나로 통일한다고 하면 웹/ 앱으로 통일해야 할 거다. 뉴스레터를 구독하기 위해서는 소셜로그인이든 자체 가입이든 일단 회원가입을 한 번 해야 하고 거기서 기입한 이메일 번호로 뉴스레터를 보내준다면 회원정보를 중복 없이 관리할 수 있을 테니까. (아마 EO레터를 구독할 때 이런 절차를 거쳤던 것 같다. 이런 이유일 줄은 몰랐지만.)

   이제 회원정보의 정의가 명확히 내려질......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나는 GA가 수집하는 User ID가 이메일, 전화번호 등 고객 데이터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임의의 값이라고 한다. 출처 이러면 우선 Recency, Frequency를 이메일, 웹/ 앱 두 개의 데이터 다 합친 뒤 중복 제거해 볼 방법이 없어진 셈이라 한 쪽의 데이터만 봐야 한다. 뭐 데이터의 크기가 줄어들긴 하겠지만 그만큼 더 변별력 있어질 테니 어떤 지점에서는 원래의 목적에 더 부합하겠다 싶다. 여튼 결과적으로 R, F, M이 다 갖춰졌다. 아래와 같이.

   Recency: 웹/ 앱에 얼마나 최근에 접속했는지 (활성 이용자 기준)

   Frequency: 웹/ 앱에 얼마나 자주 들어와 뉴스레터를 열람했는지 (페이지뷰 기준)

   Monetary: 웹/ 앱에 들어와 얼마나 뉴스레터를 완독했는지 (스크롤 기준)

3) RFM을 도입한다면 해당 데이터를 통해 핵심 지표를 개선 가능한 액션 아이템을 도출할 수 있을까?

   이젠 위에서 정의한 지표 기준으로 액션 아이템을 뽑아볼 것이다. 어떤 분석 방법이든간에, 단순히 데이터에 그치지 않고 의사결정에 연결될 수 있어야 실무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RFM을 구분짓는 방법에는 수학적 통계에 근거한 어렵고 많은 어쩌고 분석법들이 있지만, 그건 초심자인 내가 실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뒷전으로 미뤄 두고 이번 포스트에서는 각 지표를 1부터 3까지의 숫자로 분류하는 3단계 분석법을 사용해 분석할 것이다. 숫자가 올라갈 수록 높은 점수다. (3, 3, 3) 이면 순서대로 R 3, F 3, M 3이다. 놓쳐선 안 되는 프리미엄 고객이다. 좀 다르게 (3, 2, 1)이면 꽤 많이 우리 서비스를 눌러 보고 최근까지 들어왔었지만 실제로 완독은 별로 안 하는 고객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해당 방식으로, 각 그룹별 액션 아이템을 몇 개 도출해 보았다.

   (3, 3, 3) 그룹: 절대 지켜 그룹. 우리 서비스를 가장 많이 그리고 잘 이용해 주는 고객들이다. 이 그룹의 결은 최종적으로 우리 서비스가 갖춰야 할 결이라고 말해도 좋다. 해당 그룹이 조회한 포스트를 분석함으로써 우리 서비스를 가장 열렬히 좋아하는 고객들이 좋아하는 포스트를 모아 보고 그에 관련한 연관성을 찾아 밀도 있는 추가 포스팅을 작성해 보는 건 어떨까. 이 그룹은 아마도 그 포스트를 좋아해 줄 것이고 자발적인 공유로 이어질 수 있다. 또 AB테스트가 구현되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새로운 기능이나 콘텐츠들을 이 그룹에 먼저 노출하고 피드백 받음으로써 개선해나가는 방법도 있겠다.

   (3, 3, 1) 그룹: 좀 결이 안 맞아 그룹. 최근 접속했고 꽤 자주 글을 읽지만 완독까지는 안 하는(중간에 읽다 나가버리는) 그룹. 이런 그룹에 속한 고객들이 많아진다면 우리 포스트가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충분하게 해소해주지 못 했거나 읽고 싶을 만큼의 호기심을 주지 못 했단 걸 뜻한다. 우리 서비스 구독자라면 얻고 싶을 수밖에 없는 혜택이나 이벤트에 몇몇 포스트 완독 조건을 덧붙여서 푸쉬 보내 주고 이 분들이 우리 글을 일단 끝까지 읽게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마음에 든 고객은 다시 혜택이 없더라도 남을 것이다.

   (3, 1, 3) 그룹: 켠 김에 끝까지 그룹. 자주 접속하는 건 아닌데 한 번 접속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 한다. (왠지 나도 대부분의 뉴스레터 채널에서 이 그룹에 속할 것 같고 그러네......) 한 번 한 번의 접속이 파급이 큰 유형이니 지속적인 푸쉬로 읽기를 유도해줘야겠다. 아, 또 하나 더 있는데 <뭔가 쓸 데 없고 귀여운 거>, <수집되는 거> 살짝 도전과제나 엠블렘 형식으로 주면 좋다. 롱블랙에서 자주 쓰는 방식인데 한 번 더 접속하고 한 개 더 모으고 싶고 그랬다. 또 구독일자와 지금까지 읽은 포스트 표기해주는 거. 요새는 뉴스레터 구독도 취향 표현의 연장선상이니까, 어디다 캡쳐 형식으로 과시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 한 번 더 접속을 자극해 주는 데 좋은 요소였다. (구독 서비스가 아닌 곳은 정시 클릭 포스트 수 이런 것도 좋을 듯.)

   여기까지, RFM을 콘텐츠 비즈니스에 도입해 보고 과정 설계, 이어 그룹별 간단한 액션 아이템까지 도출해봤다. 꽤 뉴스레터를 많이 읽는 편인데도 겪으면서 자각하지 못 했던 콘텐츠 서비스의 플러스 알파를 알게 돼서 좋았다. 분석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부분이지만, 매출이 있는 커머스 이외의 매체에서도 RFM은 도입해봄직 했다. 서비스를 가장 사랑해주는 고객의 관점에 집중해 이를 발전시켜 나간다면 그 서비스는 망하는 게 성공하는 것보다 더 힘들 것이다. 이를 사용자 행동 데이터 분석과 결합해 본다면 출처 어쩌면 제 2의 미국판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컨텐츠가 나올 지도 모른다.

   24.01.23 추가/  29CM에서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RFM을 활용한 사례를 봐서 문득 공유한다. 이처럼 매출 뿐 아니라 고객의 호오를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요소에서 RFM을 적용할 수 있다. 사례에서 29CM는 고객의 콘텐츠 조회 횟수, 상세페이지 체류 시간, 좋아요, 장바구니 등 종합적인 행동 데이터로 고객의 <좋아하는 브랜드> 순위를 찾아낼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푸시 메시지를 <개인화>, 클릭률 6배를 상승시키는 성과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