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웨이, 드로우앤드류

 

 

 

 

 

 

부모의 지원 덕분에 순탄하게 성장할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부모의 지원 없이도 스스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이들도 많다. 금수저든 흙수저든 우리가 선택해서 물고 태어난 게 아니니,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수저가 아니라 살면서 얻게 되는 음식을 담을 그릇이다. 사람마다 각자의 고충이 있고, 가진 것이 많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와 책임도 있는 법이다. 그러니 바꾸지 못할 것을 부러워하는 대신, 자신의 그릇을 만드는 데 집중해보자. 거기에 맛있는 음식을 담아 먹으면 그만이다. 정말이지, 중요한 건 수저가 아니라 그릇이다.





유럽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일을 하거나 여행을 하면서 사회를 경험하는 ‘갭 이어’ 문화가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헤르미온느 역을 맡았던 엠마 왓슨은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영국의 공정무역 패션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했으며, 영국 드라마 《셜록》의 주인공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배우가 되기 전에 티베트의 수도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갭 이어를 가졌다고 한다.





나는 의문이 생겼다. 꼭 같은 일을 해야만 좋은 대화를 나누고 친구가 될 수 있는 걸까?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일이 적어도 좋은 관계가 될 수는 없는 걸까? 이런 의문은 콘텐츠 아이디어가 되어 ‘류딘스’라는 이름의 시리즈로 탄생했다.

90년생 프리랜서 앤드류, 99년생 스타트업 사업가 딘, 96년생 회사 소속 아나운서인 직장인 유스까지. ‘류딘스’는 직업도 나이도 다른 남자 셋이 모여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콘텐츠다. 서로의 입장과 상황이 모두 다르지만 우리 셋은 서로를 존중하며 깊은 대화를 이어나갔고, 이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 주제를 두고 입장과 상황이 다른 세 사람이 각자의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좋게 보였나 보다. 댓글에서도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받았다는 글이 많이 보였다. 나는 이 콘텐츠를 만들면서 ‘좋은 관계는 좋은 대화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배웠다.





내게는 ‘아이스크림 이론’이라고 부르는 이론이 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맛의 아이스크림이 있다. 배스킨라빈스에만 가도 무엇을 먹을지 한참 고민하게 되지 않나.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맛보기 스푼’이다. 먹어보고 싶은 맛을 골라 맛보기를 요청하면 직원이 작은 한 스푼을 떠준다. 이 ‘한 입만 찬스’로 내가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어떤 맛을 먹고 싶은지 골라볼 수 있다. 더욱 기쁜 건 세상에는 수많은 아이스크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내가 선택한 것이 원하던 맛이 아니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른 맛을 찾아 떠나고, 새롭게 맛보면 그만이다. 내가 좋아하는 맛인지 아닌지는 먹어봐야만 알 수 있다.





경험치가 쌓이면 완벽한 계획 없이도
더 좋은 방법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것이 감각이다.
감각은 경험으로만 자라난다. 





〈나의 사이드 프로젝트 시작 과정〉
  
  ① 전공 분야가 아니더라도 평소에 관심이 있는 분야에서 꾸준히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 : 나는 영문 캘리그래피에 관심이 있었다.)

  ②SNS를 통해 나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기록하고 보관한다.

        (㉯ : 필요한 기록을 정리해 보관하고 캘리그래피 작품을 사진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다.)

  ③주변 지인들로부터 반응이 오기 시작한다.

       (㉯ : 캘리그래피를 활용한 초대장 디자인 의뢰를 받았다.)

  ④경력이 없을 때는 무료로 서비스나 상품을 제공하며 포트폴리오를 쌓고 SNS로 홍보한다.

      (㉯ : 초대장을 무료로 만들어주고 개인 과외를 한 내용을 사진으로 남겨 SNS에 게시했다.)

  ⑤같은 업계에서 수익을 내고 있는 사례를 찾아 그들의 서비스와 상품을 조사하고 연구한다.

     (㉯ : 캘리그래피 원데이 클래스를 수강해 수업 진행 방식을 배웠다.)

  ⑥직접 서비스나 상품을 구성하여 판매를 시작한다.

     (㉯ : 주말이나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하여 캘리그래피 개인 과외를 시작했다. 회사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당장 돈을 벌어야 한다는 부담이 없었다.)

  ⑦서비스와 상품이 팔리면 리뷰를 정리해 SNS로 홍보해서 더 많은 고객들을 확보한다.





“야, 나는 진짜 ‘될 놈’인가 봐. 어떻게 어제 지갑을 두고 내린 버스를 다시 탈 수가 있냐?”
그러자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야, 너는 ‘될 놈’이 아니라 ‘할 놈’인 거지. 어떻게든 지갑을 찾겠다고 행동할 놈!”

친구의 말이 맞다. 나는 ‘될 놈’이 아니라 ‘할 놈’이었던 거다. 이건 그간 내가 인터뷰해온 수많은 성공한 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 역시 하는 일마다 잘 돼온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과정에는 수많은 실패와 역경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낙담하지 않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묵묵히 해온 사람이 결국 성공한다. 될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될 때까지 한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다.

  

 

 

되는 놈이 되는 게 아니라
하는 놈이 될 때까지 하는 것.
결국 운도 행동하는 사람을 따라가는 게 아닐까?





기업 경영과 리더십에 관해 이야기하는 미국의 작가 사이먼 시넥은 자신의 책 『스타트 위드 와이』에서 실제로 큰 성취를 얻은 사람이 반드시 성공했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성공과 성취가 서로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한 현자의 말을 인용한다.

“돈으로 행복은 살 수 없다. 하지만 행복 옆에 있는 요트는 살 수 있다.”

이 문장에서 성취는 바로 요트를 의미한다.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고, 계획만 잘 세운다면 확실히 얻을 수 있는 물건인 셈이다. 반면 행복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좀처럼 정의할 수 없는 감정으로 ‘성공’을 뜻한다. 우리가 요트를 샀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해질 수 없는 것처럼, 큰 성취를 얻었다고 해서 꼭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큰 성취를 얻은 사람이 반드시 성공했다고 보는 것은 크나큰 착각에 불과하다.

이처럼 성취는 어딘가에 도달하거나 무언가를 획득하는 일이며, 목표와 같이 확실하게 정의할 수 있고 측정할 수 있는 ‘형체’가 있다. 반면 성공은 자신이 무언가를 원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알 때 이룰 수 있는 것으로 성취와는 다르다. 쉽게 말하면 성취는 ‘눈에 보이는 것’을 얻고자 하기에 그 자체로 우리를 움직이는 동기가 되지만, 성공은 우리의 내면 깊숙한 곳에 위치한 감정이 그 동기가 되는 것이다. 시넥은 이 설명을 통해 만약 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성취만을 좇는다면, 결국 모든 성취를 이루고 난 뒤에 ‘공허함’에 빠질 수 있다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늘 어떻게 해낼지보다 ‘왜 해야 하는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빠르고 편리하게 보낼 수 있는 문자보다 손으로 꾹꾹 눌러 쓴 편지가 울림이 크듯, 낭만은 비효율적인 것으로부터 나오는 것 같다. 배달 음식 대신 신선한 재료로 직접 음식을 요리해 먹는 일, 주요 장면들을 모아 편집된 요약본을 보는 대신 극장에서 영화 한 편을 온전히 보는 일, AI가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재생 목록 대신 내가 직접 고른 음악을 듣는 일, 여행 콘텐츠를 보는 대신 직접 여행을 떠나보는 일 등 내 시간을 쏟는 일들이 취향과 낭만을 키운다. 돌이켜보면 나의 취향 역시 비효율적인 무언가를 할 때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것들을 내 인생에서 온전히 즐길 때, 나는 더욱더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펼쳐나갈 수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날부터 내 플래너에는 조금씩 다른 것들이 적히기 시작했다. 효율성을 높이는 데 필요한 메모만이 아니라 그날 내가 누리고 느낀 것들로 빈칸을 채웠다.





오늘 나는 무엇을 했고, 누구를 만났으며,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기록해나갔다. 그리고 한 달을 마무리할 때 그 기록들을 보며 월간 정산을 하기 시작했다.

  • Person 이달에 만난 고마운 사람
  • Place 이달에 방문한 인상적인 공간
  • Food 이달에 맛있게 먹은 음식
  • Movie 이달에 재미있게 본 영화
  • Purchase 이달에 가장 잘한 소비
  • Challenge 이달에 도전한 것
  • Failure 이달에 실패한 것
  • Song 이달에 즐겨 들은 노래
  • Book 이달에 영감을 준 책
  • Moment 이달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 이달을 마무리하며 감사한 일들
  • 이달에 가장 자랑스러운 일
  • 이달에 마주한 개인적인 어려움
  • 이달에 얻은 교훈





가끔 효율 대신 비효율에 기대어보자.
나를 나답게 하는 낭만은 비효율에서 온다.





세스 고딘은 성공하는 유일한 길은 '남들보다 눈에 띄고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누군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부터 말한다. 그러니 자신의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어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들에게는 명함이 필요 없다. 이처럼 그 자신이 작품인 사람은 무엇과도 대체될 수 없는 린치핀이 되고, 린치핀은 그 자체로 곧 명함이 된다. 결국 중요한 건 회사와 내 이름이 적힌 명함이 아니라 내가 어떤 키워드에서 대체될 수 없는 사람이 될 수 있는가다.

그래서 나는 늘 어떤 키워드를 떠올렸을 때 내가 함께 떠오르길 바란다. 그래서 퍼스널 브랜딩, 자기계발, 프리 워커, 성장 등의 키워드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콘텐츠를 만들고, 그 안에 내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키워드를 보면 나를 떠올릴 수 있도록 나만의 이름을 붙여 사람들에게 전했다.

#드로우마이브랜드
#그린룸토크
#그린이집북클럽
#디어마이20's
#럭키드로우
#업사이클링

이 콘텐츠들이야말로 내 이력서이자 명함이다. 그렇게 나는 사회가 원하는 꽉 찬 육각형 인재는 되지 못했을지 몰라도, 대신 나만의 장점을 살린 열쇠를 담은 아주 크고 뾰족한 삼각형은 될 수 있었다.

나는 그동안 회사를 옮긴 횟수만큼 내 이름이 새겨진 명함을 받고, 또 버리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나만의 키워드를 갖게 된 지금, 나는 명함 없이 일하고 있다.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도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키워드'를 찾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