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철학자의 문장 하나쯤, 데니세 데스페이루

 

 

 

 

 

 

우리가 '철학'에 대한 보편적 이미지로 떠올리곤 하는 거대 담론들ㅡ세계는 어떻게 구성되었고 우리의 논리 구조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고 같은 범위가 방대해서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를 이룰 수도 있는 것들ㅡ은 이미 몇 세기 전쯤에 밀도 높게 논의되고 완결돼 석고상처럼 굳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말 그대로 "레퍼런스가 폭포처럼 흘러 넘치는 대 메이저 학문"인 셈이다.

 

 

그래서 철학 책을 고를 땐 보통 행복한 고민에 잠기게 된다. '나보다 훨씬 똑똑한 사람이 이 질문에 기깔나는 답을 내 놓았을 것 알아. 근데 그게 누구의 무슨 책에 나와 있는 거지?' 그 행복한 고민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가 온갖 철학자를 문장 단위로 큐레이팅해 놓은 이 책, <좋아하는 철학자의 문장 하나쯤>일 듯하다. 너무 방대한 숲에서 내 한 몸 기댈 데 찾기 힘들 때는 범위를 좀 줄여서 나와 결이 맞는 나무부터 섭외해 두고 숲 단위로 시선을 넓히는 것도 좋은 접근법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