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 김지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하는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제 절반 이상의 성인이 일 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단다. 독서율은 거의 수십 년째 하락 중이고 출판 업계는 매년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을 갱신 중이다. 반면에 영상 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정말 '텍스트의 종말'이 오고 있기라도 한 걸까.


기자 출신이자 독서 뉴스레터 발행인으로써 평생 책과 함께 해 온 저자는 이 말에 오해와 진실이 절반 정도씩 섞여 있다고 말한다. 현재진행형으로 독서율이 떨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사람들이 종이책을 소비하는 양이 줄어들어서지 텍스트를 소비하는 양이 줄어들어서는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의 말대로, 대중의 종이책 소비는 줄었지만 전자책 소비와 온라인 텍스트 읽기 시간은 점점 늘고 있다. 매일 접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글, 나무위키, 카카오톡, 유튜브 댓글 등은 모두 텍스트 포맷이다. 형태만 치환해 보자면 우리 모두 원고지 몇십 장쯤 매일 읽고 있는 셈이다.


이번엔 매체 기준으로 볼까. 기사도 마찬가지다. 종이신문 구독자 수는 줄어들었지만 반대로 인터넷으로 기사를 소비하는 양은 늘었다. 거기에 더해서 유투브 교양 콘텐츠나 인터뷰 등도 넓은 의미의 텍스트로 포함한다면 요즘 사람들은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글을 읽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거다.

 

 

결론적으로 요즘 사람들은 글을 읽지 않지도 않고 전보다 덜 읽지도 않는다. 19~20세기에 전성기를 누린 매체를 멀리하게 됐을 뿐이다. 이 흐름이 유난한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읽기' 혹은 '정보 수용 경험'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오늘날과 같은 대량 출판은 19세기 이후에야 정착한 거고 이전 시대의 사람들은 구전을 통해서 정보와 이야기를 전달하고 소비했다. 이전에는 종이 뭉치로 읽거나, 각자가 제본해서 읽었다. 17~18세기 영국의 커피하우스나 시장통에선 뉴스를 사람의 입을 통해 듣는 경우가 일반적이었고 20세기 초 한국의 신문종람소에서도 사람이 뉴스를 읽어 주는 식이었다. 


그 시절에도 대중은 오늘날처럼 맥락이 탈각된 단편 정보를 스스로 수용하기 어려워했고, 이 때문에 오늘날의 유튜브와 유사하게 교양이 풍부한 이야기꾼이 맥락을 덧붙여 해설하는 형태의 서비스가 유행했다. 이처럼 읽기 양상은 시대마다 형태를 바뀌어 왔다. 우리는 다시 사람들을 주눅 들게 하는 '종이책 만능론'으로 가서는 안 된다. 어느 시기건 사람들은 자신을 즐겁게 하고 깜빡 놀라게 하고 쓸모 있는 이야깃거리를 접하길 원했다. 새 시대와 옛 시대 사이의 과도기인 지금 우리는 읽기의 겉모습이 아닌 본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