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에 관하여, 앨런 튜링

 

 

 

 

 

 

컴퓨터와 머신러닝이라는 현재와 미래 사이에 걸쳐 있는 자본주의식 화수분의 작동 방식이 0 아님 1이라는 지극히 간단한 논리의 모음으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은 언제나 날 좀 설레게 한다. 저만큼 인간 같이 작동하는 것들이 실은 수많은 스위치가 켜지고 꺼지는 것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은 언젠가 인간의 감정과 행동의 작동 원리 역시 아주 많은 스위치의 켜고 끔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아주 아주 현실 같은 게임이 컴퓨터를 통해 구현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담보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이 책을 접하게 된 계기는 '계산하는 기계는 생각하는 기계가 될 수 있는가'에서 저자를 처음 접하고 호기심이 생겨서다. 이 책은 앨런 매시슨 튜링의 논문집인데, 이 사람으로 말할 것 같으면 컴퓨터와 머신러닝을 이루는 기반 논리, 그러니까 '아무리 복잡한 기계도 0과 1의 연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인간의 지식이나 지혜 역시 동일한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를 처음 생각하낸 사람이다. 거기다 논문에 그치지 않고 본인의 가설 검증 차원에서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고 최초의 컴퓨터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남는 시간에는 마라톤을 했는데 이것도 아웃풋이 국가대표 급이었다. 우리나라 마라톤 최초의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수와 앨런 매시슨 튜링의 출생년도는 같다. 그래서 튜링이 수학자로써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지 않았다면 베를린 마라톤에서 만났을 거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시간상 가능한 건가, 이 시대 사람이 이 정도로 육각형 커리어를 갖는 게? 

 

 

여튼 며칠 전에 Figure 01이 사과를 분리하는 영상을 처음 봤을 때 '주작 아니냐' 생각했던 것처럼, 시대의 천재를 향한 어떤 두려움과 시기심으로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도 '이 사람 개 천재니까 글도 난해하게 썼겠지', '이해할 수 있는 게 해제와 옮긴이의 말 정도밖에 없겠지' 했는데 의외로 소설 수준으로 흥미롭게 줄줄 읽히는 책이라 놀랐다. CS나 인공지능에 대해 논리적인 수준의 개념 잡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