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ceptzine vol.43

 

 

 

 

 

 

 

 

투명한 그물을 오르는 청년들이 있었어.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는 투명한 그물의 끝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 그물은 정말로 투명해서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거든. 청년들은 그물의 끝을 보는 것이 삶의 유일한 목표인 것처럼 매일이고 그물을 올랐어.

 

어느 날, 마을에 그물의 끝을 보았다는 사람이 나타났지. 그는 그물의 끝에 대한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녔어. 그리고 며칠 뒤에 그는 그냥 주정뱅이에, 허풍쟁이라는 것이 밝혀졌지. 그의 정체가 밝혀질 때 말이야, 청년들의 표정을 당신이 봤어야 해. 허풍쟁이에게 엄청나게 분노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안도하는 그들의 표정을. 목표가 사라질까 봐 두려운 청년들의 미소를. 그물의 끝을 본 남자는 정말로 허풍쟁이였을까. 정말로, 정말로 주정뱅이였을까? (An invisible net, 노상호 中)

 

 

 

당연하게도 '제비'는 망했다. 월세를 못 내 일본인 건물주에게 쫒겨나 2년 만에. 이상은 그 뒤로도 카페 '학'과 다방 '69'를 열었지만 얼마 못 가 또 말아먹었다. 명동의 다방 '맥'은 설계 도중에 중도금 지불이 어려워 중단되었다. 명확한 준비도 없이 그는 카페나 다방을 경영하려고 했다. 도로를 가로질러 가면서 차에 치이지나 않으면 운이 좋다는 식이었다. 어쩌면 그는 애초부터 망하려 들었는지도 모른다. (이상과 현실, 이혜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