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ceptzine vol.55

 

 

 

 

 

매거진이란 종의 특수성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여럿이 모여 그들이 모은 진주들을 품평하고 체에 거르고 닦아서 내놓은, 반짝이는 것들의 아주 밀도 높은 어떤 시절의 집약체라는 일면을 좋아한다. 개중에서도 당장 나온 따끈따끈한 것 말고, 적어도 이삼 년, 길면 십여 년쯤 전에 나온 낡고 먼지 쌓인 호수를 좋아한다. 시각과 후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그것들을 읽어 내려가면서 나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나이테를 더듬으며 내 밑바닥의 지문과 맞춰 보고 즐거워한다. 어쩌면 시대에 뒤처진 취미다.

 

컨셉진 오십오 호의 소재는 '애장품'이다. 생각해 보면 시간이 표면에 남긴 흔적이 늘어날 수록, 본인의 물성보다는 장소의 물성을, 생산될 당시의 효용보다는 과거 어디쯤의 기억을 대표하게 될 때 더 깊은 가치를 갖는 애장품의 향유 방식은 내가 매거진을 감각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 그런 문맥 탓인지 아니면 그냥 이번 호 자체가 취향이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이번 호는 조금 더 감정 섞여 읽혔네.

 

가장 좋았던 페이지는 '빵지순례'다. 첫단부터 끝단까지 몇 페이지에 걸쳐 이 빵집의 식빵 맛과 저 빵집의 식빵 맛을 비교하는 데 일관된 지면을 할당하고 있는 글인데, 각 빵집을 소개하는 앞단에는 무슨 증명사진처럼 잘린 식빵의 단면이 들어가 있다. 식빵이 다 식빵이지 않나 싶었는데 막상 맨얼굴을 마주하고 보니 비슷한 부분을 찾기가 더 어려워 낯설게 보였다. 개념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하지만 오만한 데가 없이 쉽게 읽히는, 잘 쓴 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