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식 세탁소, 정미경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원시적 단계에서의 자연도태와 적자생존에 대해 다뤘다. 그 시대에서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었다. 요새는 다르다. 먹을 것은 차고 넘칠 정도로 많아서 도태의 형질을 가진 사람조차 쉽사리 연명한다. 이 책은 연명하는 자들의 얘기다. 살다 보니 어쩌다가 사회의 명확한 흐름에서 도태된, 그러나 여전히 주워먹을 것은 있고 그 모든 것이 일어난 이후에도 여전히 살아 남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발 뒷쪽에 불쑥 튀어나온 흉터, 아랫배에 물렁하게 자리 잡은 지방을 보는 것처럼 그들을 본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 자신의 가장 추한 모습이다. 쉽사리 미워할 수가 없다.